밥을 먹고 난 뒤, 우리는 어김없이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이것은 어딜가도, 어디에도 존재한다. 이건 타의가 아닌, 내 필요로써의 선택이며 평범하고도 손쉬운 결정이다. 모두 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진 않는다. 누군간 라떼를, 누군간 본인의 만족을 위해 스페셜티 커피를 먹는다. 서로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본인의 취향을 선택할 뿐이다. 우리는 이런 취향에 대한 선택을 위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메뉴판이다. 무엇을 파는지, 무엇을 추천하는지 또는 시그니처 메뉴는 무엇인지. 단순히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 카페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맛있게 하는지 알고 싶은 게 당연하다. 추천을 받고, 물어본다. 메뉴판 한쪽 자리를 5년간 꽤차고 있는 시그니처 음료. 어떻길래, 얼마나 대단하길래 5년간 위치해 있나. 그 사실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주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느낀다.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판매되었던 이 메뉴는 2가지의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새로운 손님에 대한 강한 긍정. 해당 카페를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신뢰를 준다. 두 번째, 그 메뉴를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주는 손님을 위한 노스텔지어. 매번 반복되고, 똑같이 판매되는 이 메뉴는 그 카페의 강한 존재감과 본인들의 자신감을 대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브랜드가 매 시즌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 캐리오버, 즉 첫 시즌 또는 이전 시즌에 잘 팔렸던 제품을 이번에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본인들이 잘 하는 것임을 알면서, 확실하게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임을 알면서 걱정한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잘 팔리니까 또 하네’, ‘지겹다’, ‘국내 브랜드들 어차피 잘 팔리면 재입고 되니까’, ‘이거 너무 유행이라 저는 안 사려고요’ 등등. 모든 브랜드가 그렇진 않지만, 이런 대중적인 반응에 매 시즌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시도, 다른 것을 보여주려 강박과 부담을 안고 진행하며, 본인들의 가장 잘하는 아이템을 포기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동시에 브랜드의 취향이 사라진다. 그러면 우리는 도대체 브랜드의 무엇을 보고 구매를 해야 하는가. 매 시즌 새롭다면, 항상 다른 아이템이 나온다면, 무슨 이유로 그 브랜드를 겪어야 하는가.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년 남짓 편집샵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라면, 옷을 좋아하는 특히 국내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들은 정말 소수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100명, 옷을 좋아해서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는 사람들은 10명, 그 중 내가 소개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를 좋아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은 0.01명 아니 0.001 명 정도. 더 적을 수도 있다. 이 소수의 인원들이 모여 국내 브랜드를 겪고 제품을 구매한다. 여러 시즌을 거쳐온 브랜드가 매 시즌 똑같은 제품을 보여줄 때, 단순히 잘 팔리기에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 처럼, 브랜드 방향의 핵심인 제품일 수도, ‘우리는 이걸 제일 잘해!’ 라고 하는 강한 자신감일 수 있다. 또는 브랜드 대표, 디렉터의 취향. 단순히 위에 언급한 소비자들의 반응처럼 비난하기보다는 해당 브랜드를 처음 겪는 사람에게 고민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작은 팬덤으로 이루어지는 국내 브랜드에게 새로운 소비자의 유입은 정말 중요하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 이를 가장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이 글에서 계속 얘기하고 있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이다. 단순히 브랜드의 시그니처 제품 구매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고, 국내 브랜드를 향한 맹목적인 응원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매 시즌 발매되는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새로이 유입된 소비자들이 그것을 겪을 최소한의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은 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아무 이유 없이 마음에 안 들 수 도 있다. 또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해서 구매하려는 타인에게 구매를 막을 필요도 없을지언정, 계속 아이템을 발매하는 브랜드에게도 비난을 할 필요가 없다.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브랜드의 존재감과 자신감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 제품에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시그니처 제품, 브랜드에겐 강한 의지의 실재로, 소비자에겐 손쉽고도 가장 믿을 수 있는 결정을 선사한다. 글 최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