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i.om의 유일한 휴식이라고 하면 월요일밖에 없다. 나는 그 시간을 기록하려 한다. 월요일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해! 가 아닌. 내가 보낸 그저 그렇고, 평범한 월요일을 소개한다. 분명하다. 아니, 거짓말이다. 데자뷰다. 물론 데자뷰는 처음 일어난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지만. 한숨과 함께 눈을 떴다. 요즘은 한숨과 함께다. 벽에 기대 있는 아직 설치되지 않은 시커먼 기둥들은 “잘 잤어?”라며 나에게 매일같이 인사를 건넸다. 사실, 이렇게 오래 걸 일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합리화와 타협에서 패배자 쪽에 서 있던 것뿐이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조금 미뤄도 되는 일, 어렵지 않은 일,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선에서 마지막까지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이케아발 수평계에겐 여유란 없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나에게 수평이 맞는지, 안 맞는지 보고했다. 그날의 기억, 공기 중을 떠다녔던 그녀의 고함소리, 치열한 1mm의 싸움이 승패를 갈랐던 그날과는 차원이 다른 적막이었다. 총 3개의 세로 기둥과 4개의 가로 기둥, 그리고 대충 걸려 있는 옷가지들. 굳건히 그것들을 받치고 있길 바라지만, 자고 있는 나를 덮칠 것 같은 상상은 떨쳐 낼 수 없다. 알 수 없는 연약함이 느껴지는 공간과 그것을 온전히 느끼고 있는 내가 있다. 이 와중에 옷들과 데이트를 질투하기라도 하듯, 존재감을 내뿜는 것들이 있었는데, 총 70켤레의 신발들이었다. 말도 안 된다 약 1~2평 남짓 작은방에서 70켤레 라니. 믿을 수 있겠는가? 믿어도 된다. 그게 나니까. 서로 다른 크기를 자랑하는 사각형들. 넋을 놓고 벽면을 채워 나갈수록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테트리스 게임이 불현듯 생각났다. 그때는 무엇이 간절했는지, 4시간 동안 1등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었다. 아버지의 말도 기억이 난다. “뭐든 1등은 좋은 거야”. 한 쪽 벽면을 채운 고가의 사각형들, 두 쪽 벽면을 채운 축 처진 어깨들. 그리고 나. 약 8일, 소중하다면 정말 소중한 시간을 소비했다. 그래서 의미가 있고, 꼭 했어야만 했나? 알 수 없다. 3월 8일, ‘방 정리’를 선택했을 때 발생했던 기회비용들 보다 가치 있었던 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마지못해 해야 하는 순간에 놓여 있었다.